1. 간략한 소개
응급의학과(應急醫學科)는 응급실을 담당하는 진료분과로서 응급상황에서의 1차적인 진료를 목적으로 탄생하였습니다. 미국 및 서유럽에서는 1960년대부터 응급의학을 전문 분야로서 인정했지만, 한국으로의 도입은 한참 뒤로, 1988 서울올림픽 등 대형 국제대회의 유치로 응급의료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뒤이어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계기가 되어 1995년에야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선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응급의학과 도입 이후에도 한국 의사사회에서 이 진료과의 필요성을 느끼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래의 설명처럼 일반의보다 조금 더 나은 전문의라는 느낌으로 지원자는 극소수였고, 대학병원 급에서도 외과나 흉부외과 전문의 중 본인의 전문과목에서 교수발령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타과 전문의 면허증을 가진 경우,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수련을 한 후에 전문의 시험 자격을 받아 시작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2. 상세한 설명
응급실에서 근무하며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중증도 분류, 1차적인 진단 및 거취 결정(disposition)을 시행하며, 상태가 나쁜 중증 환자에 대한 응급 처치를 시행하여 환자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응급실의 특성 상 생명이 위독한 환자가 내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심폐소생술을 가장 많이 하는 의사이기도 합니다. 또한, 중독학이나 환경 질환에 대한 전문과목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고, 재난 의학이나 중증 외상 환자의 초기 처치 역시 전문 분야입니다. 분명 응급의학이 의학의 한 전문적인 분야임에 틀림이 없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상황에서 사람을 살리는 대중들이 보기에 굉장히 멋져 보이는 의사이지만, 사실 의사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평가가 좋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다른 진료과 전문의들은 전문성 문제와 업무 범위를 나누는 일로 은근히 다툼이 많이 일어납니다. 응급실에서 보는 다양한 질환들을 모두 공부하고, 응급의학과에서 행해지는 치료의 대부분은 다른 과와는 다르게 병의 원인을 제거한다기보다는 급한 불을 끄는 대증요법 쪽에 가까운 점 때문에 병원 근무 경력이 좀 긴 일반의와 다를 것이 뭐냐는 비판도 있는 것 입니다. 하지만 긴급으로 이송된 환자의 수많은 케이스들을 정리해서 순간의 감과 판단력으로 처치와 차후 입원 과 등을 정해야 하는 면에서는 힘들기도 합니다. 이에 처치 과정과 이후 외래로 올려보내는 과정에서 일반 과들과 충돌이 발생하는 것 입니다. 하지만 응급의학과가 있기 전의 한국의 응급실을 생각해보면 응급의학과의 필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응급의학과가 태동하기 전에는 응급실을 각 과의 전문의나 전공의가 번갈아가면서 당직을 서거나 인턴들이 당직을 서며 해당과를 호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과에만 전문적인 지식이 있거나 경험 자체가 부족한 인턴들이 의료계의 최전선인 응급실을 근무하던 1960~1970년대에는 각 병원의 응급실을 전전하면서 적절한 응급진료를 받지 못해 죽어가는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응급실 문턱이 매우 낮은 대한민국에서는 정말 다양한 환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증상으로 응급실에 내원합니다. 주로 야간에 문여는 병원이 없어서 내원한 감기환자, 발목 염좌 환자 등 경증 환자들도 많이 오지만 정말 응급실 진료가 필요한 사람들, 예를 들면 패혈성 쇼크나 급성 심근경색, 중증 외상(7층 추락, 상하지의 절단, 복부나 흉부의 자상, 위험한 기전의 교통사고 등), 대동맥 박리 등 대동맥 질환, 뇌경색 및 뇌출혈, 그리고 심정지 등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환자들도 내원합니다. 문제는 이런 응급의료가 절실한 사람들이 꼭 전형적인 양상으로 내원하지는 않으며 119를 경유해서 오는 경우에는 미리 이야기를 해주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이 아무런 예고 없이 응급실을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그렇다고 해서 응급의학과라고 비전형적인 징후를 발견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각 과의 오래된 베테랑 의사들이 더 감이 좋으나 최소한의 처치와 분류라는 측면에서, 응급의학의 존재이유는 매우 명확하고 필수 불가결합니다. 따라서 응급의학과 의사는 다량의 경증 환자가 밀려오는 상황에서 경증환자로 위장한 중증 환자를 잘 솎아내야 하며 지금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악화될 수 있는 환자가 예고 없이 찾아왔을 때 능숙하고 신속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이런 처치가 끝나면 환자의 질환군에 따라 퇴원, 경과관찰, 협진, 혹은 타과로 입원 등 거취결정(disposition)을 내려야 합니다. 이는 인턴, 경험 많은 일반의가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환자가 오는 응급실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자신의 분야만 파는 다른 진료과 전문의들의 해당 분야에 전문적일 필요도 없고, 전문적일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일선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살펴보면, 심폐소생술을 포함한 급성 질환의 안정화라는 측면에서는 일반의와는 엄연히 수준의 차이가 있으며, 응급의학과에도 (위에 언급된) 심폐소생술, 독성학, 병원 전 단계 응급 의료, 환경 손상, 재난, 중증 외상 등의 전문 분야가 존재합니다. 사실 곰곰히 따지고 보면 비록 상대적인 깊이가 얕아보이긴 하지만 나름의 전문분야를 가지고 있음에도 응급의학과가 대우받지 못하는 것은 일반의와 크게 다름없는 응급의학과의 모습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타 과 전공의 및 전문의들이 업무 범위를 놓고 일부 응급의학과와 갈등을 빚은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자. 신장이 안 좋아서 몸의 전해질 장애를 일으켰거나 심각한 당뇨환자로 혈당이 너무 높아져 의식이 떨어진 환자가 왔습니다. 혹은 눈이 다쳐서 얼굴 같이 민감한 부위에 상처가 나서 온 환자들이 왔다. 이런 환자들은 당연하게도 내과, 안과, 성형외과 등의 추가 진료가 필요합니다.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응급의학과의 진료가 끝나고 중독에 해당되는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 추가적으로 다른 과의 진료를 받아야만 합니다. 이 경우 생각해봅시다. 의사가 아닌 사람들은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겠지만, 응급의학과에서 진료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응급적인 처치의 범위라는 게 모르면 쉽게 나눌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런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면 어디까지 나눌 것인지 매우 애매해집니다. 응급의학과는 여기까지하고 나머지 과가 이어 받는다는 규정 같은 게 딱히 있는 것도 아니라서 당사자들에게 두통을 안겨줍니다. 거기다가 문제는 한국의 의료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 입니다. 너무 저렴한 비용으로 인해 별 것 아닌 증상들로 내원하는 환자들도 많은데 일단 봐서는 모르니 검사하다가 별 것 아닌지 진짜 응급인지 알게 되는데, 이런 것들로만 해도 잡아먹는 시간이 보통이 아닌 탓에 응급의학과는 휴무와 근무의 구분이 확실한 반면 일하는 동안에는 항상 격무에 시달립니다. 문제는 이렇게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몇몇, 일부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요령을 피우면서 하게 된다는 것 입니다. 환자가 응급실 내원하면 해주는 기본적인 프로토콜만 해주고 진단조차 안 하고 환자를 방치해두는, 의료계의 속된 표현으로는 베드에 깔아둔 채로 해당 진료과의 의사에게 연락하여 내려오기만을 기다리게 됩니다. 물론 충분한 처치를 했는데 해당 과 의사가 내려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원래 병원에서 각 분과들끼리 그렇게 사이좋은 경우는 없지만, 특히 응급의학과는 특히 더 다른 과들과 갈등이 심합니다. 게다가 어떤 과를 불러야 할지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 심장이 매우 안 좋은 환자가 감염 증상으로 입원하면 이 환자를 순환기내과로 보내야 할지 감염내과로 보내야 할지 구분이 안 서는데, 문제는 어느 쪽으로 보내든 받은 쪽에서 욕만 하게 됩니다. 전문성의 부족보다도, 기본적인 처치도 안 하고 "환자 보러 내려오라"고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에는 더욱 더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주치의 업무로 인해 휴일도 거의 없이 매일을 격무에 시달리는 많은 타과 전공의들 입장에서는, 어쨌든 온오프는 확실하고 주치의도 거의 보지 않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기본적인 진료도 안 해놓고 자기를 부르니 진짜 화가 안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응급의학과는 일반인들의 편견과 달리, 조금 편하게 수련을 받고 싶은 사람들이 지망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실제 '글쓰는 의사'로 유명한 남궁인 씨 같은 경우도, 지금은 좀 다르게 표현하지만, 처음에 응급의학과 지원 동기를 질문 받았을 때 "자기 시간이 확실한 것"을 이유로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이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응급의학과 전공의, 전문의들은 하루는 낮 12시간, 하루는 밤 12시간을 채운뒤 나머지 3일은 쉰다고 합니다.
3. 글쓴이 의견
응급의학과도 의대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고 생각되는 과입니다. 병원밖의 사람들이 보기엔 멋지고 응급환자들을 돌보는 훌륭한 의사처럼 보이면서도 일과 휴식의 구분이 명확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응급의학과 과목도 따로 배웠었는데 생각보다 분량이 많고 수액을 어떤상황에서 몇리터를 넣어야 하는지 암기하는 것이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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